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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와 비슷한 점을 가지고 공감해주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동아리에 가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소통한다. 5월 24일 여성과 개발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118명의 참석자가 함께 모여 그동안 궁금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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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개발자모임터 7주년 파티

여성개발자 커뮤니티는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파이썬에 관심을 둔 여성 개발자 모임, 여고생을 위한 개발자 지원센터, 여성 개발자를 위한 코드학교 등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일로다. 국내에도 개발자 커뮤니티가 여럿이지만 여성이 많은 경우는 드물다. 여성 개발자 커뮤니티도 있지만, 큰 규모에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찾기 힘들다.

그러던 중 7년 전 온라인 카페에 여성 개발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여성개발자모임터(여개모)’가 생겼다. 현재 여개모 회원은 네이버 카페에서 4082명, 페이스북에는 707명이다. 세미나 정보부터 고민 상담까지, 여성 개발자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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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현 여성개발자모임터 운영자

5월24일 여개모가 주최한 7주년 파티에는 119명의 신청자 중 118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참석자는 다양했다. 매년 창립 기념 파티를 열었지만, 올해는 특별히 여성만 참여하도록 했다. 여고생부터 경력 18년차 실력파 개발자까지 두루 참석했다.

첫 번째 세션은 직장인이자, 엄마이자, 개발자인 패널들의 토론으로 열었다. 능력있는 개발자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일명 직장맘(직장인+엄마) 선배로서의 조언이었다. 특히, 여성 개발자의 삶과 비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을 때 좀 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기회를 얻는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많이 얻었다. 장현정 오픈스택 한국 커뮤니티 대표는 “꿈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아름답다”라며 “그 꿈을 위해 한발짝씩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경선 개발자는 “이런저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여유를 갖고, 고민을 토로할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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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 수다’ 세션 발표를 맡은 이경선 개발자, 장현정 개발자, 황은애 책임 프로그래머, 류성희 웹 개발자(왼쪽부터)

당장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세션도 마련됐다. 권혜은 개발자는 정보관리기술사 취득 경험담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회사에서 진급이나 월급 인상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자격증은 회사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준비해야 한다”라며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진 만큼 준비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이후 상황은 자격증을 딴 뒤에 고민하라”라고 조언했다.

여성 CEO가 전하는 창업 경험담도 있었다. 이수정 이포넷 CEO는 EDI 기술로 창업을 해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및 번역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포넷은 1995년 설립돼 현재 직원 125명 규모로 컸다. 이수정 CEO는 “창업할 때 투자를 바로 받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라며 “명확하게 어느 항목에 돈이 필요한지 정하지 않았다면 필요없는 곳에 돈이 쓰여 나중에 골칫거리가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30대는 경력을 꽃피울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교육과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대학원 학위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라며 “인정받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실력이며, 그 외에 대인관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넓히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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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포넷 CEO

이수정 CEO가 설명하는 성공하는 공학인에 가져야 할 요소

1. 전문성
2. 대인관계(인력)
3. 인식의 변화 – 성공에 대한 열망, 승부 근성
4. 수퍼우먼을 꿈꾸지 않는다.
5.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나눠 덜 중요한 일은 아웃소싱
6. 협력자를 구한다. (친정엄마, 남편, 형제, 아이 친구 엄마 등)
7. 일에는 욕심을 내고 다른 일에는 양보를
8.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신용을 얻어 둔다.
9. 관리 능력을 키운다.

여개모를 운영하는 전수현 개발자는 오픈소스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수현 개발자는 국산 빅데이터 분석프레임워크 ‘안커스(ankus)’ 프로젝트 기여자다. 전수현 개발자는 “개발자라면 경력 관리를 링크드인과 깃허브에 체계적으로 넣어두면 도움이 된다”라며 “개발에 관련된 여러 국내 업체들이 이미 링크드인과 깃허브를 많이 참조하면서 일자리를 제안하며, 두 달 전에는 세계적인 해외 포털업체 본사가 연락오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전수현 개발자가 전하는 새로운 오픈소스 시작 방법

● 버그 제보
● 주석 오타 정리
● 문서화(메뉴얼/번역 등)
● 커뮤니티 관리
● 커미터, 컨트리뷰터 모집
● 꾸준한 기술 공유 및 홍보
● 프로젝트 관리
● 소스코드 개발

참석자들은 연사 발표 시간이 끝나고 따로 조를 이뤄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공부에 대한 필요성, 동료끼리의 경쟁, 회사를 옮길 때마다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계속 배워야 하는 부담감에 대한 토로도 있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여성이여서 갖는 고민이다기보다 개발자라면 한 번씩 가지는 생각이다. 한 가지 정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고,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참여자들이 서로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만족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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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조를 나눠 한 주제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개모가 개설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특별히 목적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기보다,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전수현 개발자는 첫 번째 입사한 회사에서 유일한 여성 개발자였다. 여느 신입사원처럼 의욕이 넘치던 전수현 개발자는 남들과 달리 자신에게는 핵심적인 개발 업무가 아니라 품질관리나 간단하고 쉬운 일만 넘어왔다.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전수현 개발자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런데 나중에 그만둔 회사에서 들은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회사는 오히려 여성 사원을 배려해서 일부러 쉬운 일을 넘겼다고 했다. 처음 겪는 상황이어 서로가 어떻게 대처할 지 몰랐던 셈이다.

“그때 생각했어요. 혹시 그 당시 한 명이라도 여자 선배 개발자가 있더라면 제가 그때 견디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분에게 물어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일반 개발자 커뮤니티를 돌아다녀봤어요. 그런데 거의 다 남자 개발자예요. 그분들하고도 물론 친하게 지냈어요. 정말 밤 늦게까지 재밌게 놀기도 했어요. 그런데 또 여성 개발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여성개발자 모임을 찾아봤는데 정말 없었어요. 결국엔 제가 만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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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개모는 점차 성장하면서 현재 매년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남녀 개발자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독서 세미나를 열고 1박2일 동안 팬션을 빌려 밤새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카페 내부에서는 회원들끼리 작은 규모로 스터디나 공예, 미술 같은 취미 모임도 찾을 수 있다.

전수현 개발자는 “2년 전부터 스타트업 위주로 여성 관점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져 여성 개발자를 추천해달라고 따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라며 “앞으로 여개모가 여성 후배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면서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Posted by 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