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guist라면 언어를 사랑해야... 제가 번역, 리뷰, QA한 내용은 내 애인이나 자식 같아요.

출근 때마다 사무실까지 계단을 걸어 오르시고 아주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열정적인 하루를 시작하는 따도남(따뜻한 도시의 남자)의 정석 이정원 부장님. 언어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여 오늘도 변함없이 애정 어린 관심을 쏟고 계십니다. 빨려 들어갈 듯 혼자 보긴 아까운 맛깔스러운 인터뷰!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바쁘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입사하셨고,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5년 3월 초, 봄이 오는 길목에 입사했습니다. 면접 보러 오다가 핸드폰을 분실해 횡설수설, 좌충우돌 끝에 어렵사리 면접을 통과했고, 사장님이 해외 출장 중에 채용이 진행되어 사장님의 직간접 면접 없이 얼렁뚱땅 입사한 유일한 사원이었습니다. 입사 후 Linguist 팀에서 2007년까지 Reviewer로, 그 이후로 지금까지 QA Manager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부장님은 어떤 신입사원이었나요? 지금의 신입 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제 신입사원 시절은 2000년 LG 화학에서였습니다. LG Twins 팬으로 마냥 LG가 좋아 입사했지만, 야구팀 이미지와 전혀 다른 보수적인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규율 속의 자율이 있는 조직을 원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회사, 특히 언어서비스 사업본부야말로 그때 제가 꿈꾸던 직장이었네요. 신입사원 시절은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시기라 앞날이 막막하기로 할 것이고 조직문화, 맡은 일, 동료와의 관계 등이 모두 서툴고 어색할 텐데요. 이때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잔이 아직 반이나 차있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glass half-full approach)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의 결과적인 차이는 큽니다. 부정적인 시선도 습관이기에 일단 길들면 사회생활 내내 벗어날 수 없게 되거든요. 결국 본인만 손해인 셈입니다. 물론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선사항을 개진하는 노력도 병행해야겠지요. ‘이왕 선택한 거 끝까지 가보자’라고 마음먹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장님의 스타일가이드 강의를 들으며 언어 자체를 즐기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언제 언어에 대한 관심을 깨닫고 어떻게 발전시키셨나요?
사실 입사 초반에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이젠 제 딴에 위트가 넘치는 우스갯소리를 해도 아재 개그, 부장님 개그라는 평가를 듣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전 고등학교 때부터 언어학자의 꿈이 품었고 일차적인 목표로 영문학과를 진학했습니다. 그 이후 외무고시를 준비하다가 낙방하면서 언어 쪽으론 잠시 생각을 접었는데 다시 번역회사로 갈 기회가 생기더군요. 운 좋게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리뷰어로 일하며 Linguist로서 언어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좇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QA Manager가 되면서 조유미 이사님의 QA 접근법을 본보기 삼아 QA를 8년째 하고 있고 작년에 QA 누적시간 1만 시간을 돌파했습니다. 전 Linguist라면 언어, 즉 영어와 한글을 동시에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일로서 의무감으로 접근하면 재미도 없을뿐더러 성장 한계가 있거든요. 내가 번역하고 리뷰하고 QA한 내용은 마치 내 애인이나 자식 같아서 잘하지 못해서 쓴소리를 들으면 정말 속상해야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반성문(RCA)을 쓰지 않고도 들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야 더 나은 Linguist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회사 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특별했던 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크고 작은 일이 많았지만 2012년 9월에 출근하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코뼈가 부러졌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건강을 위해 출퇴근을 뛰어다녔는데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였습니다. 사장님과 조 이사님이 면회도 오셔서 따뜻한 위로와 함께 회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업무 공백이 우려됐는데 부서 내 여러분들의 협조로 별탈 없이 어려운 시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내 동호회 ‘물랑루즈’ 회장이시기도 한데, 손꼽는 공연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또 앞으로 동호회 운영 계획과 새로운 멤버 영입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005년 이후 헤드윅, 37번가의 기적, 캣츠, 로미오와 줄리엣, 태양의 서커스, 디셈버,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잊지 못할 명작 뮤지컬과 조용필, 이승철, 소녀시대, 싸이, Jane Birkin 내한공연 등의 다채로운 콘서트, 또 최근엔 김사랑 신입회원님이 추천한 최현우 더 셜록 매직쇼까지 다양한 장르의 엄선된 공연을 봤습니다. 어느 하나 빠지는 공연이 없었습니다. 저희 물랑루즈는 저녁 공연 시간의 압박이 있어 회원님들과 부랴부랴 저녁을 먹지만 에페에 못지않은 고품격 만찬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신입 회원님들에게 공연 선택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는 개방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자랑하고 있기도 하고요. 공연이나 콘서트, 뮤지컬 등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항상 문이 열려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요즘 들어 부쩍 풍성해진 모발을 자랑하고 계십니다. 많은 사우들을 위해 그 비결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모발 관리 비법이 따로 있으신가요?
사실 예전엔 탈모인의 아픔을 나눌 사우가 여럿이었는데 이젠 그마저 몇 분 남지 않았네요. 전 약물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다양한 샴푸나 민간요법, 클리닉, 여러 속설 모두 효과가 없더라고요. 특히나 피부과 가서 진단받으시고 약 처방 받으세요. 여기서 비탈모인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탈모인에게 ‘왜 자꾸 머리가 빠지느냐’ 식의 외모 비하 발언을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들을 땐 다들 웃고 넘어가는 것 같지만 상당히 상처받거든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주어진 유전형질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결코 건설적이지 않겠죠.
나를 힐링해주는 것을 나열해 본다면?
업무적으론 아무래도 고객 QA 결과나 피드백이 좋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회사의 번역사, 리뷰어, PM, QAer가 혼연일체가 되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있거든요. 특히, Fail된 작업을 arbitration해서 결과가 Pass로 바뀔 땐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우리 집 세 여자가 아침 출근길에 절 보고 웃으며 인사할 때가 가장 힐링이 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주니까요.
야구를 특별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부장님에게 야구란 무엇인가요?
한때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오른 선수를 모조리 외우고 그들의 bio를 샅샅이 공부하기도 할 정도였는데 최근엔 업무에 쫓겨 제가 좋아하는 SF Giants와 한국인 선수들이 뛰는 구단을 위주로 간간이 stats과 gossip을 찾아보곤 합니다. 생생한 영어 colloquial과 metaphor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꾸준히 MLB, EPSN, Yahoo 등의 뉴스와 기사를 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정원 부장님에게 이포넷이란?
Heyday! 먼 훗날 돌아보면 아마도 제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합니다. 대리로 입사해 부장이 되었으니, Localization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운 좋게 입사한 제가 회사에 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에게 보조를 맞추다 보니 어느덧 입사 11년 차가 되었습니다. 따져보니 제 인생의 25%를 함께했네요. 앞으로도 남은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기여하고 싶습니다.


Posted by 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