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7년 10월 18일 수요일
장소  :  이촌 국립중앙박물관

 

 

안녕하세요, 언어서비스 사업본부 이소라 사원입니다.

약 1년 만에 다시 가게 된 실로암 봉사활동이었지만 출발길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봉사활동 일정을 늦게 확인한 탓에 오전 업무 마무리가 늦어졌고, 정해진 시간인 12시 50분에 늦을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날씨는 꾸물꾸물 비가 올듯이 흐리기만 했습니다. 작년 산책 봉사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커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버스 출발 시간인 1시에 딱 맞춰 실로암 시각 장애인 복지관에 도착했고, 저를 태운 버스는 바로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죄송한 마음과 함께 얌전히 자리에 앉아 분위기를 살피는데 다행이 어르신들은 매우 기분이 좋으셨습니다. 소풍 길에 들뜬 학생들처럼 소래포구, 영종도, 장충동에 가자며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네, 다 먹을 것과 관련 있는 곳들이죠. 날씨는 점점 더 흐려져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졌지만 간만의 나들이, 맛있는 상상만으로도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저도 차츰 긴장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날인지라 저희가 도착한 곳은 실내 산책을 할 수 있는 이촌 국립중앙박물관이었습니다. 우산을 쓴채 어르신들과 산책하기에는 건강도, 안전도 염려될 수 있기에 선택된 장소인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 중 불참자가 좀 있어서 일대일로 짝을 지을 수 있었는데요, 저의 짝은 81세 할머니셨습니다. 다리가 아프시기 때문에 자주 쉬면서, 하지만 운동량을 위해 많이 걸어달라는 당부를 듣고 국립박물관 위로 출발했습니다.

빨간 바지와 셔츠를 입으신 저의 짝꿍은 굉장히 멋쟁이셨고, 같이 산책하시는 다른 분들을 위해 과자까지 챙겨오시는 센스쟁이셨습니다. 다른 어르신이 "언니, 오늘은 뭐 먹을 것 없어? 나 과자 줘~"라고 애교를 부리실 정도로 평소에도 잘 베푸시는 분이었던 모양입니다. 팔짱을 꼭 끼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걷는 게 걷는 것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사는 집 이야기, 자제 분들 이야기, 소소한 살림 이야기도 재밌고 좋았지만 남들에게 베풀고 도와주기를 좋아하시는 마음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베풀어야 한다는 한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맛있는 것은 나눠먹고, 좋은 것은 나눠쓰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사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고 할까요. 그저 생겼으니까, 있으니까 줬을 뿐이라는 담담한 말투에 조금은 뿌듯함이 담겨있었습니다. 산책 봉사 길에서 만났던 강동완 주임님, 이현섭 주임님도 수다가 재미있으셨던 모양입니다. 박물관 안을 다니며 만났을 땐 같이 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책 마칠 시간에 박물관 밖을 나갔을 때 길치인 제가 길을 잃어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헤맸던 것이 좀 죄송했지만, 모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정말 즐거웠기에 들어오는 발걸음과는 180도 다르게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도, 저희만큼이나 즐거웠길 바랍니다.

 

Posted by 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