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01.31
장소 :
양평 수미마을

 연일 영하의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2016년 1월의 마지막 날 아침 늦잠을 즐기고 있던 난  격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마자 전화기에서 국정원  제2차장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무슨 일일까? 현역에서 은퇴하여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날 왜 다시 찾는 걸까? 
하지만 난 곧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눈치채기 시작했다. 병신년을 맞이한지 한 달이  다되었고 설 연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모두들 새 해에 희망과 다가오는 설 연휴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낼 때였지만 사실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혼란스러운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붉어진 한중관계 악화, 위안부협상 후 악화된  대일관계, 그리고 며칠전 인천공항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 사건 등등 우리가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살얼음판 위를 것는 것과 같은 극도의 불안정한  시국이었다. 
최근 국정원은 IS가 한반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 목표 지역 중 한 곳이  생뚱맞게도 겨울철 빙어 축제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막중한 임무를 왜 현역에서  은퇴하여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의뢰하는 것일까? 현역 시절 국정원 나의 존재는 일급비밀 사항이었으며, 이를 알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국정원장,  미국 CIA  수뇌부의 일부 뿐이였다. 어쩌면 그만큼 이번 임무가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임무일 지도  모른다고 난 생각했다. 국가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다. 난 이번 임무를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나들이을 다녀오는 모습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거실에서 스폰지밥에 정신출을 내어 놓고  있던  큰아들 녀석을 대리고 즉시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봉상리 수미마을체험장으로 떠났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출발했을 때 길이 막히지 않고 규정 속도를 준수할 경우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일단 국정원에서 가족사랑동호회라는 위장 단체를 만들어 나의 모든 활동을 지원했다. 이  날도 백철민 수석보(암호명: 스크린세이버)가 이미 입장권을 모두 구매해 놓은 상태였다. 특히  중요한 점은 눈썰매 자유이용권까지 포함된 것이여서, 유사시 적에게 발각되었을 경우 눈썰매로 재빠르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난 현장에 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요원들과  접선한 뒤 목표물 탐색을 위해 10,000원짜리 빙어 튀임을 시켜 먹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왔다. 맛도 담백하고 고소하여 간장에 찍어 먹으니 막걸리 생각이 났다. 
난 일행과 함께 마차를 타고(트랙터 뒤에 개조한 객실 트레일러는 붙인 것인데 마차라고  부른다) 빙어 낚시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난 일행과 함께 빙어 낚시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고, 각자 낚싯대와 양동이, 미끼(애벌레)를 받아서 얼음 낚시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낚시터에서 사람들이 조그만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확인 결과  그 의자는 매표소에서 2,000원을 주고 대여해 주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의자를 반납하면  수미감자칩(아마 수미 마을과 이름이 같아서 주는 것 같다) 또는 육개장 컵라면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현금만 받는 다는 것이다. 체험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식은  매표소에서 구입한 쿠폰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이며 매표소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목용탕 의자는 현금만 받는다. 의자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낚시로 빙어를 잡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말 입질이  안온다. 심지어 난 한마리 잡았는데 그것도 그냥 맨손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빙어를 잡은  것이었다. 결국 정말 빙어를 잡고 싶은 사람은 행사 중간에 진행하는 "나를 잡아봐" 행사에서  물통에 잡아 놓은 빙어를 잡으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의자를 반납할 때 자기 의자는 꼭  챙겨야 한다. 자기 것도 아닌데 슬쩍 가져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도 내 것과 아들 것 두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얼음 구멍을 탐색하고 와보니 누가 한 개를 가져가고 하나 남은  의자에 우리 아들만 천진난만하게 앉아 있었다. 

 난 잡았던 빙어 한마리를 방생해 주고 아들과 함께 눈썰매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흔히  특수부대하면 월남스키부대를 생각하는데 난 특수 비밀 작전만 수행하는 사하라눈썰매  부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 특히 추운 겨울 조용히 빠르게 산비탈을 이동할 수 있는  눈설매는 비밀 요원이라면 꼭 마스터해야 하는 필수 코스이다. 눈설매장 입구와 눈설매  슬로프 사이를 모노레일이 왕복운행을 하지만 아쉽게도 유료다. 근데 걸어서 3분도 안걸리니  걸어가도 그만이다. 눈썰매 장에 도착하면 인심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눈썰매를 하나 준다.  
난 아들과 함께 타려고 한 개만 받았다. 경기도 지역은 올 겨울 눈이 많이 오지 않았나보다.  아쉽게도 인공눈이다. 즉 빙수라는 것이다. 이게 왜 아쉽냐면 눈이라기 보단 갈은 얼음에  가깝다. 아니면 겨울 끝자락에 길가에 치워놓은 눈이 얼다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 미끄럽긴  되게 미끄러워서 썰매가 쏜살 같이 나아간다. 근데 썰매가 나아가면서 눈가루가 얼굴로 다  튄다. 내 경우에는 앞에 앉아 있던 아들 온몸에 다 튀었는데 눈사람이 된 줄 알았다. 자연설  보다 휠씬 차고 거칠다. 우리 아들도 재밌다면서 두 번 타고 춥다고 그만 타자고 하더라... 

 이렇게 대충 놀고 하나 둘씩 비닐하우스에 모여 빙어튀김, 컵라면 같은 것으로 요기를 하며  이날의 임무를 마무리 지었다. 다시 마차를 타고 입장권 판매소로 내려와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집으로 귀가했다. 오늘 임무 수행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춥다. 시골이고 산 속이다 보니 도시보다 훨씬 더 춥다. 그리고 얼음 위에서 큰 움직임없이 손맛을 기다려야하므로 반드시 따뜻하게 완전무장을 하고 가야한다. 이건 지나침이 없다.  
2. 낚시에 대한 기대는 크게 갖지 마라. 입질 안온다. 그냥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우리 아들은 한 마리 잡아 놓곤 그냥 좋단다.. 그래서,
3. 돈을 조금 챙겨가라. 그래도 빙어낚시 체험인데 빙어튀김이라도 먹고 오려면 돈을 조금 챙겨가라.
4. 서울에서 1시간 남짓하는 거리이다. 거창한 볼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보단 애들 데리고 나가서 콧바람 쐬고 오기 딱 좋은 거리이다. 국정원 제 2차장보다 더 무서운 아내느님 잔소리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 있다고 본다.
5. IS 테러 걱정은 없다. 너무 춥다. 



<글:김동빈>

Posted by 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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