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7년 7월 13일
장소  :  보라매 공원

 

 

안녕하세요. T&G 사업본부의 이소라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날, 좋은 분과 즐거운 산책을 했습니다. 원래는 봄쯤에 잡아두었던 산책 봉사를 미루고 미루다 간신히 마지막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를 것 같은 더위가 지속되는 나날이었기에 이런 날씨에 산책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어 밖을 나와 보니 선선한 바람이 머리가 흩날릴 정도로 부는 걸 느끼고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참 오랜만에, 평일 낮시간에 회사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며 점점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발걸음도 총총 가벼웠죠.
 

제가 산책 봉사하기로 지정받은 곳은 보라매 공원 옆 서울 시각장애인 복지관이었습니다. 함께 봉사 일정이 잡힌 S&C 사업본부의 박동영 씨와 미리 연락하지 못해 우선 혼자 물어물어 도착했습니다. 길쭉길쭉한 가로수길, 계수 나뭇가지가 늘어진 호수, 한껏 만개한 노란색 꽃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저 멀리서 일일 장터가 열리고 있어 사람도 꽤 많은 편이었고요. 그렇게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같이 걸을 분들을 만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봉사를 주관하는 서영은 대리님께 전화해서 복지관 차를 찾았답니다.


 



여러 노인분이 저 없이도 내려서 공원 쪽으로 걸어가시길래 얼른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옆에 착 붙어 걷기 시작했습니다. 앞이 보이시지 않으니 목소리와 손으로 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몰라 긴장해서 나온 행동이었지만요. 빠른 분들, 느린 분들이 모두 모여 그늘에서 간단히 설명을 듣고, 날씨가 더우니 준비운동은 생략하고 짝을 지어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는 "아가씨 짝이 없어요? 그럼 나랑 같이 가요"라고 말하며 제 팔을 덥석 잡아주신 유쾌하신 할머니가 동행이 되어주셨습니다. 본인 손에서 땀이 날 거라며 준비한 손수건을 제 팔에 감으시고 그 위를 꼭 잡고 걸으셨어요. 함께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이렇게 천천히 걸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부러 방향 전환도 거의 없고 그늘이 많은 평평한 곳을 골라 걸었지만 걸음이 빨라지진 않았어요. 그렇게 행동에 여유가 생기면서 사소한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더운 여름날 사소하게 부는 바람, 풀벌레 소리,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벌써 이포넷을 포함해 많은 봉사자분들과 산책하러  다니신 할머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저보다 애완동물이 뛰어다니는 풍경, 운동하는 사람들, 나무가 흐드러져 흔들리는 풍경을 정확하게 짚어내시기도 했어요. 이곳저곳 산책할 수 있는 곳이라면 안 가 본 데가 없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게 흠이라며 터트린 너털웃음과 함께 말이죠.


 


한껏 수다를 떨면서, 힘들면 바람이 드는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걷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같이 산책하러 오신 노인분들이 서로를 챙기며 편하게 대화하시는 모습이었어요. 이렇게라도 걸어야 다리 운동이 된다며 좀 더 걷고 오라며 격려하고, 난 벌써 이만큼 걸었다며 자랑도 하시는 걸 보며 저도 기뻤습니다. 봉사라기보단, 서울에서 만난 한 할머니와 즐거운 한때를 보낸 기분이었어요.

생각해보면 거창하게 준비하는 해외 봉사 말고, 소소하게 내 이웃을 만날 수 있는 봉사는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지 가고 싶을 만큼, 산책하기 좋은 날 즐거운 산책을 하고 왔습니다.

 

Posted by 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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